■ 김춘수, 「강우」 /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2024)

[31~33]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조금 전까지는 거기 있었는데

어디로 갔나,

밥상은 차려 놓고 어디로 갔나,

넙치 지지미 맵싸한 냄새가

코를 맵싸하게 하는데

어디로 갔나,

가 사람이 갑자기 왜 말이 없나,

내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온다.

내 목소리만 내 귀에 들린다.

가 사람이 어디 가서 잠시 누웠나,

옆구리 담괴가 다시 도졌나, 아니 아니

이번에는 그게 아닌가 보다.

한 뼘 두 뼘 어둠을 적시며 비가 온다.

혹시나 하고 나는 밖을 기웃거린다.

나는 풀이 죽는다.

빗발은 한 치 앞을 못 보게 한다.

왠지 느닷없이 그렇게 퍼붓는다.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고,

― 김춘수, ‘강우(降雨)’

(나)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31. (가)와 (나)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역설적 표현을 통해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② 감각적 심상을 활용하여 정서를 구체화하고 있다.

③ 음성 상징어를 통해 화자의 상황을 부각하고 있다.

④ 가상의 상황을 통해 자기반성의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⑤ 의인화된 청자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을 통해 친밀감을 나타내고 있다.

32. <보기>는 (가)와 (나)를 자료로 한 수업의 일부이다. 학생들의 의견 가운데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선생님 : (가)와 (나)의 기본적인 짜임새는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어요.

(가)

A : 1~10행 - B : 11~13행 - C : 14~19행

(나)

A : 1~12행 - B : 13~22행

이제 두 시를 자세히 읽고, 시상의 전개에 대해 의견을 말해 볼까요?

① (가)의 A와 달리 (가)의 B는 ‘이번에는 그게 아닌가 보다.’를 통해 아내의 부재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어요.

② (가)의 C에서 ‘나는 풀이 죽는다.’를 통해 화자가 아내의 부재를 현실로 받아들였음을 알 수 있어요.

③ (나)의 A에 나타난 ‘너’와의 만남에 대한 화자의 소극적 태도는 (나)의 B에서 적극적 태도로 변화하였어요.

④ (가)는 C의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고,’에, (나)는 B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에 시상이 집약되고 있어요.

⑤ (가)는 A에서 C로 갈수록 대상의 부재로 인한 슬픔이 심화되고 있으며, (나)는 A에서 B로 갈수록 오지 않는 ‘너’에 대한 원망이 심화되고 있어요.

33.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① ㉠은 부사어의 나열을 통해 슬픔을 부각하고 있다.

② ㉡은 의문의 형식을 통해 기다림의 애절함을 강조하고 있다.

③ ㉢은 반복과 변용을 통해 기다림 뒤에 느끼는 만남의 기쁨을 드러내고 있다.

④ ㉣은 구체적 사물을 통해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⑤ ㉤은 시간적, 공간적 개념을 활용하여 화자와 대상 사이의 거리감과 만남에 대한 간절함을 드러내고 있다.

=

[31~33] 김춘수, 「강우」 /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가) 김춘수, 「강우

http://blog.naver.com/vocapia/220207118675

해제 이 작품은 김춘수의 시집 『거울 속에 천사』(2001)에 실린 것으로, 평생을 함께 지내 온 아내의 죽음을 현실로 차마 받아들일 수 없는 시인의 안타까움이 잘 나타나 있다.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쏟아지는 비에 비유하여 표현하였으며, 다양한 심상을 활용하여 시적 상황과 그로 인한 정서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하였다.

주제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절망과 슬픔

내용 흐름

1~10행: 반복적으로 아내를 애타게 찾음.

11~13행: 아내의 부재에 대한 인식

14~19행: 퍼붓는 비를 보며 체념함.

(나)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http://blog.naver.com/bbikku1001/220342961808

=

해제 이 작품은 황지우의 시집 『게 눈 속의 연꽃』(1990)에 실린 것으로, ‘너’에 대한 기다림을 간절한 어조로 표현하고 있으며 반복을 통해 만남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겉으로는 연애시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이면에는 당시의 시대 현실을 반영함으로써 진정한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도 담겨 있다.

주제 ‘너’에 대한 간절한 기다림과 만남의 의지

내용 흐름

1~12행: ‘너’를 기다리며 느끼는 설렘과 절망감

13~22행: ‘너’와의 만남에 대한 의지

31 작품 간의 공통점, 차이점 파악 ②

정답이 정답인 이유 ▶▶

(가)의 ‘넙치 지지미 맵싸한 냄새가 ~ 어디로 갔나,’에서 후각적 심상이, ‘이 사람이 갑자기 왜 말이 없나, ~ 내 목소리만 내 귀에 들린다.’에서 청각적 심상이, 이 외에 시각적 심상까지 활용되어 작품 속에서 다양한 감각적 심상이 사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나)의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에서는 청각적 심상이 활용되었다. (가)에서는 다양한 심상이 아내의 부재라는 시적 상황과 그 로 인한 안타까움의 정서를 구체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나)에서는 ‘쿵쿵거린다’와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등의 청각적 심상이 ‘너’를 기다리는 동안의 설렘과 기대감을 구체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

① (나)는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에서, ‘기다리는 동안’과 ‘가고 있다’라는 앞말과 뒷말 사이의 모순을 통해 역설적 표현이 드러났다 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가)에서는 역설적 표현이 사용되지 않았다.

③ (나)는 ‘쿵쿵’이라는 음성 상징어를 통해 ‘너’를 기다리는 화자의 애타는 상황을 부각하고 있다. 하지만 (가)에는 음성 상징어가 활용되지 않았다.

④ (가)는 아내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화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고, (나)는 ‘너’를 기다리는 화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을 뿐, 두 작품 모두 가상의 상황을 통해 자기반성의 태도를 보여 주고 있지는 않다.

⑤ (나)에서 ‘사랑하는 이여’라고 청자를 부르는 듯한, 말을 건네는 방식이 사용되었지만 의인화된 청자라고 볼 수는 없으며, (가)에서는 청자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 자체가 사용되지 않았다.

32 시상 전개 방식에 대한 이해 ⑤

정답이 정답인 이유 ▶▶

(나)의 B에서는 ‘너’와의 만남에 대한 적극적 태도와 만남에 대한 의지가 나타나고 있으며,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고 하였으므로 오지 않는 ‘너’라고 단정할 수 없다. (나)는 A에서 B로 갈수록 ‘너’와의 만남에 대한 확신과 의지가 심화되는 작품이므로 ‘너’에 대한 원망이 심화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

① (가)의 A에서는 아내를 계속 찾고 있지만, B에서는 ‘이번에는 그게 아닌가 보다.’에서 나타나 있듯이 아내의 부재에 대한 심각성과 그 실체를 현실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② (가)의 C에서 ‘나는 풀이 죽는다.’는 아내의 부재로 인한 화자의 절망과 실망감을 나타낸 표현으로, C에서 화자는 아내의 부재를 현실로 받아들였음을 알 수 있다.

③ (나)의 A에서는 ‘너’를 기다리는 수동적, 소극적 태도가 나타나지만, B에서는 화자가 직접 ‘너에게 간다’라는 표현을 통해 능동적, 적극적 태도가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④ (가)와 (나) 모두 시상이 점차 심화되어 (가)는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고,’를 통해, (나)는 B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를 통해 각각 슬픔의 정서와 만남에 대한 의지라는 시상을 집약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33 구절의 의미 파악 ③

정답이 정답인 이유 ▶▶

㉢의 ‘너였다가 /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에는 ‘너였다가’의 반복과 변용이 사용되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너’이기를 바라는 화자의 모습이 나타나 있으므로 대상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이 드러난 부분이다. 따라서 아직 ‘너’와 만나지 못한 상황이므로 기다림 뒤에 느끼는 만남의 기쁨이란 진술은 적절하지 않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

① ‘왠지’, ‘느닷없이’, ‘그렇게’라는 부사어를 나열함으로써 한 치 앞을 못 볼 정도로 퍼붓는 ‘빗발’의 모습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러한 ‘빗발’의 모습은 아내의 부재를 인지한 후에 느끼는 화자의 슬픔을 부각하고 있다.

② ‘~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라는 의문의 형식, 즉 설의법을 활용하여 기다림의 애절함을 강조하고 있다.

④ ‘문이 닫힌다’는 ‘문’이라는 구체적 사물을 통해 ‘너’를 만나지 못한 화자의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⑤ ‘아주 먼 데서’를 통해 공간적 개념이, ‘아주 오랜 세월’을 통해 시간적 개념이 활용되었으며, 이러한 화자와 대상 사이의 거리감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에게 가고’, ‘너는 지금 오고 있다’고 하였으므로 시간적, 공간적 거리감을 뛰어넘는 만남의 간절함이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조금 전까지 거기 있었는데

아내의 죽음이 사실로 느껴지지 않음→환청 비슷한 착각경험

어디로 갔나,

밥상은 차려 놓고 어디로 갔나,

반복을 통한 정서의 강조 - 죽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

넙치지지미 맴싸한 냄새가

코를 맵싸하게 하는데

어디로 갔나,

이 사람이 갑자기 왜 말이 없나,

내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대답이 없음, 공허함

되돌아온다.

내 목소리만 내 귀에 들린다.

아내가 떠난 집에 홀로 있음-공허함, 쓸쓸함

이 사람이 어디 가서 잠시 누웠나,

아직도 아내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음

옆구리 담괴가 다시 도졌나, 아니아니

◈ 1-12행 : 아내의 죽음이 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음

이번에는 그게 아닌가 보다.

아내와의 사별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함

한 뼘 두 뼘 어둠을 적시며 가 온다.

슬픔과 절망감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 소재 / 밖에 나가있을 지도 모르는 아내를 걱정하게 소재 / 비가 오기 때문에 아내는 서둘러 집에 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

혹시나 하고 나는 밖을 기웃거린다.

마지막 희망

나는 풀이 죽는다.

아내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임 - 솔직함, 감정의 발가벗음

빗발은 한 치 앞을 못 보게 한다.

비이면서 동시에 눈물(객관적 상관물)-감정의 절제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인 화자의 현실적 절망감과 막막함

왠지 느닷없이 그렇게 퍼붓는다.

아내의 죽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절망감과 사별에 대한 아픔을 비를 통해 형상화

지금은 어쩔 수 없다고.

체념 /

◈13-19행 : 아내를 잃은 슬픔과 절망감

[작품 개관]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애상적, 감상적

◈ 어조 : 절망감과 체념을 드러내는 어조

◈ 표현 : 별다른 시적 기교 없이 솔직 담백하게 화자의 정서를 드러내었다.

◈ 제재 : 아내의 죽음

◈ 주제 : 아내를 잃은 슬픔과 절망감

시의 짜임

◈ 1-12행 : 아내의 죽음이 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음

◈ 13-19행 : 아내를 잃은 슬픔과 절망감

[이해와 감상]

아내 “숙경의 영전에 바친다.”라는 헌사가 쓰인 시집 <거울 속의 천사>에 실린 작품으로, 평생을 함께 지내 온 아내의 죽음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을 차마 현실로 받아들일 수 없는 시인의 안타까운 마음이 잘 표현된 시이다. 이 시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은 “나는 풀이 죽는다.”라는 표현이다. 80세가 다 된 인생의 대 선배가, 시단의 원로로 만인의 존경을 받는 대시인이 그 모든 가면을 벗어 버리고 마치 착하고 순한 소년처럼 속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었을 때 우리는 그의 아픔을 함께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인공의 시’, ‘가면의 시’, ‘무의미의 시’를 쓰겠다고 긴장의 끈을 늦춘 적이 없던 시인도, 수십 년을 함께 살다가 먼저 떠난 아내의 죽음 앞에서는 이런 고집을 계속부리지 못하고 그만 ‘맨얼굴의 시’를 쓸 수밖에 없었다.

관련작품

◈ 삶과 죽음

① 육친과의 사별의 아픔

송수권 ‘산문에 기대어’ / 기형도 ‘가을무덤-제망매가’ / 박목월 ‘하관’ ‘후일음’ / 김광균 ‘은수저’ / 정지용 ‘유리창’ / 김현승 ‘눈물’ / 이성교 ‘밤비1’

② 사별의 슬픔과 극복

도종환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 김소월 ‘초혼’ / 서정주 ‘귀촉도’ / 신동엽 ‘산에 언덕에’ /김춘수 ‘강우’

③ 삶과 죽음의 의미

고은 ‘문의 마을에 가서’ / 황동규 ‘풍장’ / 이형기 ‘풍장’ / 천상병 ‘귀천’ / 박두진 ‘묘지송’ / 김남조 ‘목숨’ / 신동집 ‘목숨’ / 조지훈 ‘꿈이야기’

④ 유사한 비의 이미지

박재삼 ‘비오는 날’ / 변영로 ‘봄비’ / 이수복 ‘봄비’ / 도종환 ‘가을비’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알아 두기

◈ ‘나는 풀이 죽는다’의 의미

처음에 시적 화자는 아내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아내의 죽음을 인정하고 절망감에 사로잡힌다. 이 시구는 그러한 절망감을 단적으로 드러낼 뿐만 아니라 동시에 화자의 심정을 집약해서 보여 주는 표현이다. 이는 지금까지 시인이 표방했던 어떤 작품에서도 볼 수 없었던 솔직하고 담백하고 직설적인 표현이다. 아마도 ‘나는 풀이 죽는다’라는 이 표현이 없었다면 시 ‘강우(降雨)’는 그 빛을 발휘할 수 없었을 것이다

■ 김춘수, 「강우」 /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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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Edmund Hettinger DC

Birthday: 199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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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 Central Manufacturing Supervi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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