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해석과 풀이]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2024)

고등문학(詩 해석과 풀이)

[詩 해석과 풀이]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jinphil 2021. 3. 3.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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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想念

[詩 해석과 풀이]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by jinphil

마음을 드여다 보는 시인

1952년 전남 해남에서 출생한 황지우 시인은 1980년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1983년, 첫 시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로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다.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서성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설레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서성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

이 詩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간절함을 통해 설레임과 기대감에 대한 희망을 노래했다. 전체적 분위기가 서정적이고 희망적이면서도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을 천착하여 절실하게 다가온다. 자못 안타깝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올’ 만큼 감각적이고 고백적이다. 온 마음을 다해 ‘너’를 기다리는 동안의 초조한 기대감과 간절한 희망이 절절하게 묻어난다.

이러한 기다림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누구나’를 포함시키는 까닭은 이 詩가 아름다운 시어(詩語)로 멋을 부리지도 과장하지도 않으며 평범한 일상어로 형상화하여 마치 나의 일기 같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이기도 하고.

화자(話者)가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고 했듯, 이러한 기다림의 마음은 쉽게 이해된다. 마치 얼마 전에 겪어본 일인 듯 공감이 된다. 그러하기에 내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친숙함도 느껴진다. 그 까닭은 특별한 은유와 상징 없이 고백하는 듯한 형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시 전반부에서는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이 가슴에 서성거릴’ 만큼 절실하게 기다린다. 문이 열릴 적마다 행여나 하며, 모든 발자국 소리를 내가 기다리는 ‘너’인 줄 알고 갖는 기대하는 마음과, ‘너’인 줄 알았다가 문이 닫힐 때의 절망하는 마음 등, 기다림의 절실한 마음이 행간마다 읽어진다. 그때의 마음이 얼마나 허탈하겠는가. 시인의 말처럼 기다려 본 사람은 다 안다.

전반부(1~12행)에는 초조하고 간절한 기다림에도 오지 않는 ‘너’로 하여 실망하고 절망하는 화자의 마음이 드러나 있다.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미리 나가서 기다린다는 것은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실제로도 그렇잖은가. 또한 기다림의 대상과 약속이 돼 있다. 그래서 약속 장소에 미리 나가서 문을 여닫는 사람들마다 행여, 행여 하며 확인하는 물리적 기다림을 한다. 그래서 간절하고 절실하다. 초조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나 후반부(13~22행)는 오지 않거나, 올 수 없는 대상이 와주기를 바라는 심리적 기다림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 간절하게 다가온다. 말하자면 화자는 ‘너’를 기다리면서 결국은 올 것이라는 기대감과 희망을 노래한다. 물리적인 행동이 아닌 마음으로 ‘너’에게 가고 있다. ‘너’가 어디만큼 오는지, 마음으로 마중을 간다. 초조함이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 심리적 기다림이다.

2020 - 望

다음은 이원수 아동문학가의 1926년 작품 [어디만큼 오시나]이다.

어디만큼 오시나 / 읍내 저자 다 보시고 / 신작로에 오시지

어디만큼 오시나 / 아기 신발 사가지고 / 고개 넘어 오시지

어디만큼 오시나 / 예쁜 아기 젖 주려고 / 언덕길에 오시지

어디만큼 오시나 / 아기 보랴 종종걸음 / 다리 건너 오시지

어디만큼 오시나 / 동구 밖에 다 오셨다 / 엄마 마중 나가자

장에 가신 엄마가 빨리 보고 싶어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담은 노래이다. 엄마가 어디만큼 오는지 물리적 거리를 마음속으로 가늠하며 초조함을 달래는 심리적 기다림이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의 후반부에서 보여주는 화자와 같은 마음이다.

2019 - 歸路

‘너’의 상징성

이 詩에서의 ‘너’는 ‘사랑하는 이’지만, 그 대상을 반드시 사랑하는 사람으로 국한시킬 필요는 없다. 시의 후반부에 드러난 심상은 기대감과 함께 ‘아주 먼 데’와 ‘오랜 세월’이라는 구절로 하여 희망과 절망이 혼재된 요원함이 느껴진다.

하여, 그 ‘너’는 개인적으로는 어떤 희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인이 관통한 시대적 상황으로 보아 자유와 민주, 평화에 대한 절실한 희망을 담은 기다림으로 보아야 마땅하다. 그 시대를 살아본 사람이라면 안다. 얼마나 처절하고 애가 끓었는지를. 그러나 이는 독자의 몫이다.

詩를 오래 음미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해석의 관점 때문이다. 이를테면 ‘너’라는 대상은 시인의 진의(眞意)와 작의(作意)와 다르게 독자만의 ‘너’로도 해석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詩가 상징하는 것에 대한 확작성이자 포용성이기도 하다.

2017 - 문득,

인생, 기다림의 기나긴 여정

인간은 태어나서 일생을 기다림의 연속성으로 살아간다. 저마다 비슷비슷한 다양한 기다림을 한다. 그 수많은 기다림이 공통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것은 어떤 바람과 희망이다. 그 무언가를 기다리는 동안 기쁘다. 설레는 기대감으로 다가올 그 어떤 것에 대한 긍정적 희망을 품는다.

그러나 기다림의 끝이 반드시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마음을 태우며 기다렸지만 허사가 되기도 하고, 영영 이루어지지 않기도 한다. 그래서 인생은 희비(喜悲)의 쌍곡선을 오르내리게 된다. 그것이 삶이다. 어떠한 기다림이든 기다림은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이다. 이루어지든, 요원하든 어쨌거나 크고 작은 희망을 갖게 한다. 기대감으로 하루를 살게 한다.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무언가를 기다릴 일이 없다는 것은 비애감 그 자체다. 우울하다. 기대감도 희망도 다 놓아버린 좌절과 절망이다. 그러나 내 삶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지만, 인생은 혼자 걸어가는 게 아니다. 그 여정에는 물리적 동반자도 있지만, 정신적 알고리즘을 형성하는 동반자들이 있다. 그 알고리즘의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희망과 기다림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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